전투 중 무전하는 장면

(이건 일단 영화 리뷰는 아닙니다, 누설이 있습니다.)

아르마딜로는 덴마크와 영국이 함께 주둔하고 있다는 아프간의 전진 기지 이름이다. 이 영화는 (자세한 내용은 영화 관련 블로그를 보시고) 덴마크군 당국에서 지원을 받아 촬영한 실제 영상이라는데, 해당 부대에 처음 파견되어 배치된 병사들의 출국부터 시작하여 돌아오는 날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둔 중에 발생한 교전에서 있던 어떤 사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게 끌어당긴 것은 영화의 소개 문장이었다. “전쟁이 당신의 피부에 스며들 정도로 중독된다”라며 병사들이 전쟁 속에 점차 익숙해지고 중독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나는 이것이 마치 강렬한 자극을 경험하고 그것을 반복 경험하려는 그런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고, 이게 어쩌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영화는 병사들이 첫 전투를 겪고 나서 전투 상황에 능숙해져 가고, 동료의 죽음과 부상을 목도하면서 소위 월남전에 참전했던 어른들이 말하는 ‘눈이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탈레반 병사들을 참살하고, 시체에 난사를 하며 낄낄대고, 작전 후 디브리핑에서 희희덕대는 장면들을 그대로 노출하며 이들을 고발한다.

잔인함. 불쾌한 기분과 찝찝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포로들을 학대했던 것들을 여기서 또 어떻게 재현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여기서 어떤 분들은 '우리가 왜 전쟁을 해야하는가'라거나 '파병 반대론'이라던가로 확장하시겠지만, 저는 일단 게이머고 게임 개발자라...)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전쟁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 병사들이 무료한 파견 초반에 FPS 게임을 하며 낄낄대던 모습이 영화의 후반과 어떻게 묘하게 배치되는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우리가 묘사하는 아름다운 흥미로운 전쟁이, 그렇게 전쟁을 겪은 청년들이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 하는 생각도.

이 영화, 아니 다큐멘터리는 일단 지금까지 ‘리얼한 상황인듯 연출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영화(드라마)들처럼 작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어대지 않는다. 평시 상황에서는 침착한 앵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예의 영화들보다 오히려 더 심하게, 촬영자가 실제 총알이 쏟아지는 한 가운데에서 카메라를 던지고 엎어지는 상황이나 전투 중에 탈레반 진영을 ‘두려움에 떨며’ 촬영하는 상황, 병사들의 철모에 붙여 놓은 카메라 상황 따위를 보여주면서 드라마틱한 전장이 아니라 실제 전장의 상황은 어떤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면에서, 상상 속의 드라마틱한 전장에 익숙한 게이머라던가 밀덕에게 한 번쯤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2012년 5월 2일), 밝은해님께서 링크해 주신 “Dumbness In Games, Or, The Animal As A System”의 이야기가 새삼 와 닿는 영화였다.

"이 부조화는 이전의 메커닉 vs 서사 논쟁으로도 지적된 바 있다. <디어 에스더(Dear Esther)>나 <저니(Journey)> 같은 게임은 아예 전투를 배제해버린다. 우리 게임 업계는 지금까지 전투 말고는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발전시켜 놓은 게 없지만, 적어도 그걸 없애는 방법 만은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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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의 발의 의도, 경과, 내용 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게임 업계의 한 사람으로써, 셧다운제는 산업 전체에 대한 제재이기 전에 앞서 인류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모욕이며, 인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써 가질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기에, 나는 당연히 반대한다.

이 법은 모든 게이머라면 알고 있듯이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 민노당이 공동 발의하였고, 게임을 마약으로 비유한 최영희 의원(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다수의 민주 진영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 시점에서 '민주 진영'이라는 말은 단지 반 MB일 뿐, 민주를 지향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과 자유, 인권을 지향하고 있는 것 또한 물론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할 것이 아니니, 다수의 정치 논평을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셧다운제에 대해서 꾸준히 반대해온 진보신당과 사회당에 대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이 최근 통합하여 형성한 새 진보신당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2011년 4월, 게임 셧다운제의 발의 이후로 성명을 발표했고,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밤샘 시위를 여가부 앞에서 하기로 기획하고 실행했으며, 심지어는 게이머들의 언어로 게이머들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 이제, 까 놓고 말해보자, 누가 게이머를 위한 정당인가. 전국의 투표권을 가진 20대 및 30대의 게이머들이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셧다운제를 발의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인가? 야권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통합진보당인가? 아니면 우리 업계, 아니 게이머들을 위해 꾸준히 싸운 진보신당인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글에 동조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고, 나꼼수를 들으며 야권통합을 지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 당신의 지역구에서 야권통합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당신이 게이머라면, 당신이 게임할 그 자유를 위해서 정당 투표에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뻔하지 않은가.

진보신당은 이번 정당 투표에서, 16번을 받았다.

기억해라, 16번이다.

  • 선거 전에 썼다가 선거법 위반에 쫄아서 못올리고 있었다. 이제 올린다. 다음 선거에라도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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