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상황이 옛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비견될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KOSPI가 5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하며, 지금의 고환율과 고유가가 실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많은 생활용품들의 가격 인상도 수반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경제 상황이 되면, 문화계 전반에 큰 타격이 오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람들은 생활비 부담이 높아지게 되고 유흥비에 쓸 돈을 줄일테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업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1998년 지난 외환 위기에서는 IT를 대표로 하는 인터넷 벤처 기업들과 이와 연관된 산업들이 위기 탈출의 원동력이 되었던 바 있다. 김대중 정권에서 전략적으로 벤처 기업 - 사실 국내에서 이름만 벤처인 소기업들이 흥하게 된 것도, 벤처가 벤처를 하지 않게 된 것도 모두 당시에 만들어진 현상이었다 - 들에 자금을 쏟아 부었고, 그 와중에 리니지와 온라인 게임의 흥행은 전국적인 PC방 호황에 큰 도움이 됐더랬다.

기업들이 조기 퇴직과 해고로 인력들을 밖으로 내밀었을 때 목돈을 쥐게 된 퇴직자들이 생계를 위해 PC방을 창업하는 것으로 부동산, 인테리어, 전기, 전자, 통신 뿐만 아니라 PC방 주변의 요식업과 이들의 고용 증가의 효과까지 갖게 되었으므로, 시장 전반에 걸친 경기 부양에 큰 동력이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전략적 산업 육성이 있을 수 있을까.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 게임 산업이 포함될 수 있을까.

결정적으로, 지금의 게임 업체들이 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전반적인 소비 침체 상황에서 정액 지출을 해야하는 게임들은 많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부분 유료 게임들도 유료 아이템들의 명확한 효용과 가치가 있지 않다면 큰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이 불황은 게임 업계의 옥석을 가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업계의 전반적인 호황 - 앞으로 큰 위기가 올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비해 이전은 호황이라고 볼 수 있다 - 과 유행에 기대서 동반 상승으로 생존 했던 기업들은 더 이상 두드러진 기술이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게임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 중에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있는데,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 중 상황에 따라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걸 일컫는다. 예를 들어서, 전투 중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HP를 회복하는 도구가 있다면, 이를 지금 써서 살아남을 것인지, 좀 더 버텨볼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 등 많은 선택지들을 놓고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게이머들은 게임에 사용할 현실 자원(돈)이 줄어들게 되었을 때, 게임을 놓고도 똑같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좀 더 가치있는 활용과 더 유용한 사용 방법이 있는지를 찾게 될 것이고, 게임에 지출을 할 때 같은 금액을 사용했을 때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그 이전에 게임에 돈을 쓸 것인지를 먼저 놓고 고민하겠지만.

그래서 이것은 지금까지 게이머들의 호주머니가 열려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테면 게임 안에서 효용 가치가 적은 유료 아이템들은 무가치한 것들로 간주될 것이고, 단지 외적인 변화로 차별화를 갖던 것들은 팔리지 않게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게임 업계에서 이제 화두는 게임의 퀄리티가 될 것이다. 어정쩡한 별 차별점도 없이 만들어내던 한국의 MMORPG들은 이 와중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고 새로 오픈하는 게임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것보다 기존 게임을 유지하는 쪽이 더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비용 저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하던 많은 업체들은 기업 규모 축소와 대규모 감원으로 연결될 것이고, 신규 고용은 매우 적어질 것이라고 본다. 반면 게임의 퀄리티를 검증하는 쪽에서 신규 사업이 각광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대한 기업의 대처는 간단하다. 개발 기간을 늘리고 제품이 정말 재미있는지,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게임인지 끊임없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답도 없이 돈만 쳐들어간 헉슬리 같은 프로젝트들은 진작에 접어버려야 하고 개발자들만 재밌다고 믿는 겉만 번드르한 게임들은 확실한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국의 게임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한국의 개발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집에서는 외국의 유명 블록버스터 게임들을 하면서 회사에서는 왜 병신 같은 게임들을 만들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솔직히 그들이 집에서 게임을 하는지조차 의문일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경제 위기 극복에 가장 훌륭한 대응은 해외 수출이 답이다. 내수 시장의 플레이어들을 '오픈 베타족'으로 만든 온라인 게임 업계는 결국 자승자박에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적은 예산으로 한두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오픈 베타만 플레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따라서 해외 수출로 고환율의 덕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작년까지 외국 수출로 벌어들이던 돈이 백 원이었다면 이제 이백 원이 되는 시대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번 경제 위기가 지나고 나면 많은 게임 업체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정말 살아남은 회사들은 넓은 시장 초원에 홀로 서서 호령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