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과 보병(Mount & Blade)
리뷰 2008/11/28 01:29컴퓨터가 단지 점과 선으로만 표현되던 시대를 벗어나 입체적이고 복잡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기 시작하면서 게임 세계에서는 다양한 배경 공간을 실제에 가깝게 구현하려는 노력들을 해왔더랬다. 중세 시대 대규모 전투를 모사하는 총력전(Total War) 시리즈나 개인의 삶과 모험을 표현하는 고문서(Elder Scrolls) 시리즈를 비롯해서 다양한 중세 환타지와 SF 세계를 컴퓨터 모니터로 표현하는 시도들을 보고 있자면, 지금보다 더 발달된 컴퓨터와 인터페이스 환경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흥분되는 때도 있다.
M&B는 이런 '현실적인 환경'을 구현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중소규모 전투를 현실적으로 모사하는데 목적을 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처음 열 명 남짓하는 부하들을 이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산적떼를 소탕하거나 (산적떼가 되어 노략질을 하거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모험가에 불과하지만 점차 명성(renown)을 쌓아 유명해지고 지도력(leadership)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4~50명 부대를 이끄는 용병대의 대장이 되며, 더 유명해지고 영주에게 사관을 결정하면 백여 명의 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성주가 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치 8~90년대 RPG를 보는 것과 같은 전략 지도에서의 꼬리물기 추격이나 줌인으로 확대되어 벌어지는 전투 장면, 게임내 NPC들의 단조로운 대사들에서는 다소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고, 이것들의 누적에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정작 중반 이후의 컨텐츠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만들다 만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갑을 입고 사슬 갑옷을 두른 전투마에 타고 길다란 돌격창(lance)를 내뻗으며 적의 밀집보병 사이를 돌파하는 느낌이나 상대가 휘두르는 칼의 방향에 따라 무기를 돌려 막는 근접 전투에 이르기까지 현실감 넘치는 전투는 이 게임의 모든 단점들을 웃어넘어가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 전투를 제외하면 허전한 부족함에 아쉬움을 느끼며 MOD를 찾아 헤메게 만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MOD의 개발자들은 이 불편하고 '어딘가 부족한' 게임 내용을 보충해주려는 의도보다는 스타워즈를 구현했다거나 백년전쟁 시절의 프랑스, 혹은 12~13세기 영국을 구현하는 식의 별도의 게임을 만들고 있을뿐, 정작 플레이어가 귀찮고 불편함을 느끼는 '모병'이나 '세금 관리' 등에는 신경쓰고있지 않다는 거다.
게임 내용 이외의 면에서 보자면, 이 게임은 올 초까지 베타로 공개되었고, 터키의 인디 개발사가 개발했다는 것이 주목할만하며 멀티플레이가 없다는 단점에 불구하고도 포럼의 게시글 수가 백만에 이르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최근 패러독스(Paradox Interactive)와 계약하면서 스팀(Steam)과 게이머스게이트(Gamersgate.com) 등의 각종 유통 업체들을 통해 배포되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관심을 끈다.
말하자면 고진감래랄까. 게이머스게이트의 판매량 집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 게임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딱히 깎아내릴 것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금도 마치 온라인 게임처럼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 게임의 가능성으르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아마도 오 년, 빠르면 이삼 년 뒤에는 이 TaleWorlds가 독일의 크라이텍처럼 터키를 대표하는 굴지의 게임회사가 되어 알려질 것이라는 걸 의심하기는 어렵다. 이미 많은 매니아들 사이에 충분히 알려졌고, 앞으로도 더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니까. 물론 당장의 상업적 성공은 얼마 안될 것이라도.
다만 한 가지, 국내에는 수입되기도 전에 불법복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자체 한글화가 진행되고 있어 추후 국내 정식 수입될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는 것이 아쉽다.
- 스팀, 게이머스게이트 등 다운로드 판매는 29.99달러
- 패키지 구매는 19.99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