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rates of the Burning Sea
리뷰 2007/12/10 00:06몇 년 전엔가 해양 MMORPG가 연달아 나왔던 적이 있다. 중국발 '항해세기'와 일본발 '대항해시대 온라인', 둘 다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이후에는 하는 사람만 조금 남아서 하는 게임이 됐더랬다. 개인적으로 항해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게임이 나올 때는 뉴스에 관심을 꽤 두고 보는 편인데 올 초쯤부터 '불타는 바다의 해적들(Pirates of the Burning Sea, PotBS)'이라는 게임이 꽤 리얼리티도 높고 해전을 정말 리얼하게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 8일, 파일플래닛에서 독점 오픈 베타(exclusive open beta)를 한다고 메일이 날아와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약 30시간을 플레이했다.
기본적으로는 예의 두 게임, 항해세기와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딱 중간 선 정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항해세기나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PotBS는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
항해세기의 빡센 육상, 해상의 전투는 거의 얼추 비슷한 편이고, 퀘스트, 채집, 공업 같은 요소들이 약간 걸러져서 자동 생산으로 되어 있다. 플레이어가 마을에 공업소를 세워 놓으면 가끔 가서 '생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채집, 생산이 된다. 재료를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야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하지만 항해와 전투는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비슷한 형태로 되어 있고, 플레이어가 NPC 함선(함대)을 쫓아가서 전투 발동 커맨드를 걸고 확대 전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같다. 간혹 전투가 불리하다면 신호탄을 날리는 것으로 다른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비슷하다.
게다가 카리브해의 주도권을 놓고 네 진영(영국, 스페인, 프랑스, 해적)이 서로 싸워대는 것도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나 항해세기에서 했던 진영간 전투와 같고, 도시를 서로 점령하는 것도 별 차이가 없다. 약간의 차이라면 해적 진영은 해적 클래스 밖에 없지만 일반 국가 진영에서는 해군 장교, 프라이버티어, 자유무역상으로 클래스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지만, 실제로 저 클래스들이 크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전투 기술이 좀 많다(해군 장교), 없다(자유무역상), 짬뽕(프라이버티어) 정도인듯.
해양 MMORPG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간 무역은 없다. 진영들을 적대적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각 진영들은 마을의 경매장(auction house)를 통해서 물건을 팔고 사고, EVE 온라인처럼 구매한 물건은 우편 배송이 아니라 직접 가서 수령해야 하는 형태. 그래서 배를 사는 경우에는 싸구려 배를 하나 더 구해서 수령후 파기하고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 같은 것도 있다. 다만 EVE 온라인과 차이라면 배가 있는 위치로 텔레포트는 가능하다.
요즘 MMORPG가 거의 그렇듯이 게임은 퀘스트 위주로 진행되는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이라면 퀘스트가 포탈을 타고 인스턴스 공간에서 각자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해전이 1:N 으로 여러 함선과 혼자 싸워야 하는 편인데 간혹 NPC 함선들이 아군으로 참가하는 것이 있기도 해서, 전반적인 퀘스트 난이도는 무난한 편. 하지만 해전의 기본적인 전술에 익숙하지 않은 캐주얼 게이머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뭐 전체적으로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도 똑같네?'라는 말을 수십 번쯤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을듯 하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컨텐츠 설계에 비해서 PotBS의 문제점은 클라이언트와 인터페이스 설계에 있다. 수시로 존을 로딩해대는 형태의 게임인데 플레이어가 존을 넘어가는 순간마다 약 1~3초 가량의 로딩으로 주변 플레이어들을 계속 메모리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짓을 해대면서, 전체적인 게임 진행을 계속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캐릭터의 폴리곤 수도 지나치게 많아서 디테일함을 살리겠다는 의도에는 충실한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프레임이 편하게 게임할 수준이 못된다. 또한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퀵슬롯에 아이콘을 넣고 빼는 것에서부터 캐릭터의 이동, 맵 디자인 등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치명적이게도, 육상 전투에서는 네트워크 싱크가 잘 맞지 않거나 전투 기술 사용 등에서 문제가 있고, 별로 '재미가 없다'는 정말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전이 아닌 육상 전투 퀘스트는 그래서 건너뛰거나 버리는 편. 동영상에서 나오는 부하들이 엄하게 움직이는 것이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인공지능도 한 몫 한다.
아직 이렇다할 단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인 서비스가 계속될 때 PVP 진영의 문제라던가 고레벨 플레이어의 '길목 막고 학살하기' 같은 문제가 다른 게임들에서 나왔던 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이 간다. 시간을 두고 좀 더 관찰을 해봐야할 부분일 것 같다.
MMORPG는 처음 시작해서 10레벨까지가 재미 없으면 끝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지론인데, PotBS는 그런대로 이런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10렙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힘들거나 문제가 되는 면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저기에 '덜 다듬어진 느낌'이 산재해 있어서 오픈베타가 조금 이르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 게임 플레이 동영상의 플레이 시간은 대략 10분 10초 정도
- 현재 북미에서 익스클루시브 오픈 베타 중 (파일플래닛 유료 가입자만 접속 가능)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