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룬(Runes of Magic)
리뷰 2009/01/14 16:01완미세계(完美世界, Perfect World)가 아무 고민 없이 WOW를 모방하겠다는 컨셉이던 것에 반해 마법의 룬(Runes of Magic, ROM)은 그래도 WOW의 비주얼과 인터페이스에 좀 다른 시스템들을 첨가하려는 노력을 한 게임이다. 다만 완미세계나 마법의 룬 중에 어느 쪽도 WOW를 경험한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의 완성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게 아무래도 결정적인 문제겠지만.
WOW가 기본 클래스(전사, 사제, 마법사, 도적)외에 잡종 클래스(hybrid class)와 스킬 트리들을 두어 클래스 역할론으로 아웅다웅했던 것조차도 복잡하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기왕 잡종 클래스를 만들거면 아무 클래스나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섞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는지 ROM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주 클래스(primary class)와 부 클래스(secondary class)를 혼합해서 이원 클래스(dual class)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어떤 플레이어가 전사를 주 클래스로 놓고 사제를 부 클래스로 했다면 이 클래스는 전사의 모든 기술과 일부 사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가 된다. 그래서 총 6개의 클래스(전사, 사제, 마법사, 도적, 기사, 정찰자)는 30가지의 변형을 가질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일단 두 개의 클래스를 선택하면 자신의 집(하우징이 있다)이나 마을에서 주-부 클래스를 교체할 수 있다. 전사(P)-사제(S)였다면 사제(P)-전사(S)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 클래스일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제한되어 있어 "우왕 판금 입고 몸빵도하면서 힐도 하는 클래스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오산.
게다가 번거로운 것이라면, D&D의 이원 클래스나 멀티 클래스와는 달리 플레이어는 각 클래스의 레벨을 따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맨 처음 선택한 클래스가 10레벨이 되어야만 부 클래스를 정할 수 있는데, 주 클래스의 레벨이 10이더라도 부 클래스는 1이고 1레벨 기술밖에 사용할 수 없으며, ROM은 또 특이하게도 각각의 기술을 레벨 성장에 따라 포인트를 분배해 기술 레벨을 올려야 하므로, 1레벨 클래스은 1레벨 기술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강해지고 싶다'면 많은 플레이 시간을 투자해서 두 클래스를 모두 동일한 레벨로 만들어 두어야할 뿐 아니라, 10레벨 전사를 부 클래스로 놓았더라도 10레벨 전사의 능력은 사제(현재 1레벨)의 레벨에 맞춰서 1레벨 전사의 기능으로만 역할하므로 전체적인 클래스 난이도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전사 장비는 사제를 주 클래스로 놓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두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한 캐릭터의 플레이 타임이 산술적으로 x2 된다. 아무리 퀘스트와 맵의 숙지를 통해 '진짜 초보 보다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클래스의 능력이 다른 초보들과 다르지 않으므로 초고속 성장이 쉽지 않게 된다. 둘째로 클래스에 맞는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므로 소지품 공간이 매우 많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 ROM에서 눈여겨봐야할 핵심적인 유료화 기술이 빛을 낸다. ROM은 플레이어들에게 다이아몬드(diamond)라는 유료 화폐를 판매하는데,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게임 플레이로 획득하는 돈과 현금으로 사는 돈의 단위를 다르게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ROM에서 전자는 골드, 후자는 다이아몬드인데 게임내 유료 아이템 구매창을 통해 '인벤토리를 늘리'거나 '탈것을 사'거나 게임 진행에 꽤 유용한 '물약을 살'수 있다.
결정적으로, 플레이어들은 (WOW의 경매장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경매장에서 다이아몬드를 거래할 수 있다. 판매자가 어떤 아이템을 골드로 판매할 것인지 다이아몬드로 판매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고, 또는 다이아몬드를 골드로 팔거나 골드로 다이아몬드를 사겠다고 경매장에 등록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들은 게임 안에서 골드를 사고팔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다이아몬드를 현금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적당한 불편함'을 전제로 여기저기에 깔아놓고 이에 필요한 도구들은 다이아몬드로 판매한다.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면 골드로 환전하거나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ROM에서 탈 것(mount, 말)은 게다가 7일, 15일, 30일의 기간제로 다이아몬드로 사거나 아주 거금의 골드만으로 짧은 시간 '빌려' 쓸 수 있다.
ROM이 독일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온라인 게임의 부분유료화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겠다. 이미 유명한 오게임(O-game)이나 부족전쟁(Tribal Wars), 트라비안(Trivian) 같은 웹 게임들이 부분유료화를 도입한지 괘 오래되었고, 룬스케이프(Runescape)나 도푸스(Dofus) 같은 캐주얼 MMORPG도 이미 부분유료화를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새비지2(Savage 2) 같은 패키지 게임도 부분 유료로 전환을 할 정도이니, 말하자면 MMORPG의 본진(메이저리그?)을 제외하면 변두리에는 이미 부분유료화가 상당히 매력적인 과금 방식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료(부분 유료) 게임에 WOW 비슷한 느낌, 전반적으로 아직은 좀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할만한 플레이와 적당히 잘 만들어진 동선 등을 볼 때 ROM이 소리소문 없이 서비스를 시작한 듣보잡 게임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 꾸준한 성장이 납득이 가는 게임이다.
다만 클래스의 역할 설정이 애매해서 전사에게 도발이 15레벨에 등장하는 것이나 다른 클래스의 진정(detaunt) 기술들도 마찬가지. 게다가 게임이 기본적으로 PVP를 전제로 깔고 있어 클래스간의 밸런스도 묘하다. 뿐만아니라 플레이어 레벨과 몹 레벨도 16레벨 정예 몹이 16레벨에게는 지옥처럼 어렵지만 18레벨에게는 껌처럼 쉽다는 등 - 레벨 차이에 따른 보너스가 너무 큰 걸로 보인다 - 언밸런스 하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매끄럽게 조율된 느낌은 없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빼면 게임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물론 WOW 스타일의 그래픽과 아이온만도 못한 완성도는 아쉽지만.
- 진정(detaunt): 도발(taunt)의 반대말로 'detaunt'에 적합한 말이 없어 고민하다가 '도발하다'가 상대의 화를 돋구는 것이라는데서 연결하여 '(상대의 화를) 진정시키다'는 뜻으로 '진정'이라는 번역을 생각해봤다.
- 현재 '오픈 베타'이면서 다이아몬드는 팔고 있다. 한국의 '오픈 베타 서비스'와는 다른 개념으로 서비스중임.
- 공식 사이트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