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치맨은 은퇴한 슈퍼 영웅들(Super Heroes)의 이야기이다. 도시의 평화와 베트남전의 승리에 공헌했지만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 슈퍼 영웅들이 '우리가 막아야만 한다'고 다시 가면을 꺼내 들었지만 결국 평화는 슈퍼 영웅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다시 공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파격적인 이야기.

그런데 게임은 그런 영화의 이야기를 싹 다 무시하고, 로어셰크(Rorschach)와 나이트아울(Night Owl)의 격투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 마치 반지의 제왕이 PS판 액션 게임으로 스토리와는 별 상관 없이 스테이지에 따라 그저 수백 수천 몰려오는 오크들을 두들겨 패던 것처럼 몰려오는 악당들(villains)을 패고 짓밟고 던지는 게임으로 등장했다.

단지 액션 게임으로만 보자면, 왓치맨은 꽤 그럴듯한 게임이라고 점수를 줄 수도 있을 수준이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던 것처럼' 로어셰크와 나이트아울은 두들겨 패면서 어디까지 진행했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게 되고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클리어하며 영화와는 별개의 이야기에 실려 흘러간다. 멋지게 들쳐 던지고 간지나게 패고 있지만,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이 이런 액션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휘황찬란하게 거미줄을 쏘지도 못하고 박쥐 부메랑을 날리지도 못한다는 걸 빼면.

평범한 힘짱 시민들이 가면을 쓰고 영웅 행세를 하는 왓치맨의 영웅들이 다른 슈퍼 영웅들처럼 동급으로 취급해달라는듯한 비명과 절규가 게임속의 로어셰크와 나이트아울에게 들리는듯하고, 악당들이 휘두르던 막대기를 집어들고 초라하게 휘두르는 모습은 이게 슈퍼 영웅을 플레이하는 게임도 아니고 다이너마이트캅이나 맥클레인처럼 진짜 평범한 형사가 처절하게 싸우며 헤쳐나가는 느낌도 아닌 어중간함이라 뭔가 좀 어색함이 느껴진다.

화려한 그래픽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게 반딱반딱하고 방향 전환은 부자연스러우며 마우스와 키보드로 캐릭터의 모든 액션을 소화하기에도 쉽지 않다. 심지어 패드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이 액션들이 뭔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때리는 맛도 덜하고.

혁명 같은 슈퍼 영웅물 영화를 봤다며 기분 좋게 게임을 사 들고와 실행했을 때, 아까 그 영화 속의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까. 이게 단지 데모에서만의 문제이기를 바랄 뿐이다.

  • 그런데 영웅이 이렇게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건 최근 영웅물의 유행인듯.
  • 이 모든게 스파이더맨의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