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 쯤에 레인보우6의 열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 사람들이 다른 게임으로 각자 흩어질 때 같은 클랜에 있던 한 멤버가 열중헤서 하던 MMORPG가 있었다. 일본에서 만든 석기시대를 배경으로 한, 턴 방식 전투와 동물 꼬셔 육성하는 시스템이 특징이었던, '스톤에이지'라는 게임이다. 당시 초등학생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애들 대상으로 게임이 좀 인기를 끌어서,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게임을 이 회사 저 회사 라이센스 옮겨가면서 계속 서비스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스톤에이지' 이야기를 왜 하냐면, '아틀란티카'라는 이 턴방식 전투를 가진 게임이 '스톤에이지'의 재탕이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카'는 사실 PC 패키지 일본식 RPG의 온라인 재탕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턴 방식의 전투도 그렇거니와 PC 패키지 게임에서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몬스터, 아이템 사전 기능 같은 컬렉티브(collective) 요소도 그렇고, 전반적인 부분에서 패키지 게임의 향수를 온라인으로 옮기려고 하는 흔적들이 엿보인다. 말하자면 사라져가는 PC 패키지 일본식 RPG 게임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게임의 역사에서, 턴 방식 게임 진행이 사라지게 된 것은 필연적인 진화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인원이 앞발을 포기하고 두 팔로 진화시킨 것은 상체를 세우고 두 팔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입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이런 진화가 일어난 것도,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에서 실시간으로 즉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더 자극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게임의 상호작용성에 대한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PC 패키지의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진화시키는 것에 이르러, 다른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보고 반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아틀란티카는 그래서 이 진화의 과정에서 거꾸로 이동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향수를 되불러 높은 상호작용성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아틀란티카의 결정적인 단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게임 안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전투를 보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되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MMORPG에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들의 잘잘못을 보면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리뷰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학습해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틀란티카와 같이 전투 필드와 이동 필드를 분리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과정이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려는 여러가지 장치들은 준비되어 있다. 예를 들어 30레벨이 넘으면 스승이 되어 제자 플레이어를 돕도록 만든다거나, 매일 지속적인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그런 예가 되겠다. 그러나 거기까지.
전체적으로 낮은, 낮을 수 밖에 없는 상호작용성은 게임을 전반적으로 루즈(loose)하게 만들고 오히려 일반 MMORPG보다 반복적인 전투로 흘러가게 만든다. 플레이어가 한 번의 전투로 여러 마리의 몹을 (여러 명의 캐릭터로)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또 상대적으로 한 번의 전투가 길어지고 별로 의미없는 명령 입력의 반복이 되기 때문에 몬스터를 만나서 '공격을 할까 말까' 위험하다면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협조) 요청을 해볼까' '도망칠까' 하는 등의 판단을 수시로, 즉흥적으로 해야하는 실시간 MMORPG의 장점들을 가질 수가 없게 됐다.
물론, 전략성을 가지는 건 처음 몇 번의 전투로 플레이어가 이 턴 방식 전투의 몇 가지 기본 전술과 효율에 대한 이해를 할 때까지이고, 그 이후에는 그저 퀘스트를 받고 해당 몬스터의 위치에 가서 시비를 걸고 전투를 하는 반복이 될 뿐이며, 상대 몬스터에 대한 간단한 적응 - 이를테면 부활 기능을 가진 몹에 대한 대처 같은 전술 변화 - 외에 전략성을 가질 여력은 별로 없어보인다. 고대의 미국식 RPG들이 했던 것과 같은 전열, 후열의 위치 설정에 따른 효과들도 실제로 큰 눈에 띄는 효과를 갖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WASD 이동을 쓸 데 없이 지원하려고 하다가 수시로 마우스 클릭 이동에 '자동 이동을 멈추겠느냐'는 선택창을 띄우게 하는 것이나, 전투중 카메라 포커스가 엄한 곳에서 잡혀 오히려 화면 구도를 망치는 것 같은 사소한 버그까지 있어 게임 플레이가 썩 무난하게 진행되지 못하게 만들기까지 하고 있다. 아마 이런 부분은 개발이 좀 더 진행되면서 수정되겠지만.
아틀란티카는 그래서, 아마도, 스톤에이지를 기억하고 있는 일부 플레이어들이나 일본식 RPG에 익숙하고 그 향수를 기억하는 콘솔 플레이어들, 혹은 게임을 별로 접하지 못했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꽤 안정적인 진입을 유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낮은 상호작용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과 현재의 자잘한 버그들을 수정하지 않고선 그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아무래도 갈 길이 멀지만, 자체의 한계가 조금 아쉬움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 아틀란티카 사이트
- 현재 클로즈베타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스크린샷이나 게임 동영상을 촬영하지 않았음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