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관리 게임은 대표적으로 축구 관리자(Football Manager)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스포츠 팀의 감독 역할을 맡아 팀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출전 선수들을 결정해 리그와 컵 경기들을 진행하는 게임 형태이다. 이런 게임 종류는 플레이어이 어떤 조직을 지배한다는 느낌과 함께 플레이어 자신이 세운 전략이 경기에서 맞아들어가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끼게 되며, 실제 경기와 같은 의외성을 주요 게임성으로 한다.
실제 경기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플레이어에게 착각하게 만들지만 사실 일반적인 정의처럼 진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은 아니고 흉내를 낼 뿐이라는 것을 플레이어에게 들켜서는 안된다.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만한 사건 이벤트로 플레이어를 속이며, 그 속임수를 기록해 데이터로 포장해 제시하고 이것들을 분석하도록 하여 플레이어가 예측, 전략성과 기대감, 좌절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 기복을 재미 요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관리 게임은 복잡해보이는 현실을 모사하는 숫자들과 상황들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하고 다양한 선택들과 그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고, 소위 캐주얼 게이머라고 알려진 계층에게 단지 숫자와 데이터로만 구성된 이런 게임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게임 장르였기 때문에, 이런 관리자 게임을 해왔던 플레이어들은 일종의 우월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관리 게임으로써 전략 요소
관리 게임으로 보자면 프로야구 매니저(이하 프야매)는 너무 간단한 게임이다. 스스로 '감독 역할'이 아니라 '구단주 역할'이라고 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공원 밖 야구(Out of the park baseball) 시리즈'나 '야구 거물(Baseball Mogul) 시리즈' 같은 유명 야구 관리자 게임에 비하면 플레이어가 관리해야할 대상은 너무 적고, 심지어 경기 진행중에는 플레이어가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매일 바뀌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이에 맞게 타순을 조정한 뒤 주요 경기에 작전 카드를 사용하는 정도가 '관리'의 전부일 뿐.
그런데 관리라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전략 수립'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일반적인 관리 게임에서는 선수 공급이 매우 어려우므로 현재 한정된 가용 자원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관리'라고 하는 것이었고, 여기엔 훈련과 경기별 전술이나 주요 공략 대상 상대를 설정해 집중적으로 필승을 하려는 의지 등을 만드는 것이었다.
프야매는 이와 달리 선수의 공급이 매우 자유로운 형태이다. 플레이어는 언제나 카드를 뽑을 수 있고, 선수를 뽑을 PT가 부족하다면 현실 자원을 끌어다 게임 자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범위가 팀 안에서 팀 밖으로 확장된 상황. 따라서 이제 선수를 훈련시키거나 경기 세부 작전을 수립하기보다는 새로운 선수를 뽑는 것 자체가 전략적 선택 안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플레이어에게 선수를 뽑는 과정이란 전략적 선택이 되었는데, 선수를 뽑은 결과는 복불복(랜덤)에 기반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전략적 판단으로 '만 원의 현실 자원을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게임에 반영되는 전력 강화가 실제 게임에서는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음'이므로, 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게다가 프야매는 플레이어 계정마다 뽑기 운이 다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현재 플레이어의 덱을 분석해서 배점하고 가중치를 어느 정도 두어 카드를 일정 수준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 있게 - 즉, 총 코스트의 평균 값에 범위를 설정하고 이 범위 밖의 플레이어는 범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러면 랜덤의 의미가 없어지잖아!'라고 개발팀은 분명 반발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랴, 이 게임에서 '뽑기'도 밸런스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이유는 앞에 설명 했거늘.
관리 그 자체의 문제
따라서 상대 플레이어의 팀 셋팅을 보고 높은 코스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일단 자기 셋팅과 비교로 우월감 또는 자괴감을 갖게 되는 형태가 되는데, 이 결과 앞의 '전략적 현실 자원 투입(현질)'을 해야할 것이냐 말아야할 것이냐로 연결되고 '뽑으면 높은 코스트 선수를 얻을 수 있는가'로 연결되어 팀 전체에 대한 회의로 발전하고, 결국에는 팀을 새로 만들던가 게임을 접던가의 선택으로 도달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첫 계정(내 명의)으로 첫 시즌에 뽑기 운이 너무 나쁘다는 생각을 했고, 어머니 명의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 계정은 뽑기 운이 나쁜 편이 아니라서 5성 이상의 선수들을 50명 가까이 구성할 수 있었고, 메이저까지는 1위를 놓치지 않고 월드로 진출했다.
뽑기 운이 좋은 계정에서도 문제는 발생하는데, 선수들의 컨디션은 일종의 사인(sin) 그래프 같은 기복을 갖는다는 것이다. 선수가 출장을 하던 2군에서 휴식을 하던 그래프는 변하지 않는다. '여러 선수들을 골고루 쓸 수 있게 한다'는 취지와 함께 '서포트 카드의 효용'을 생각하면 이건 꽤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뽑기 운이 좋은 팀에서의 이야기일 뿐.
기본 컨디션 변화에 의하면, 한 명의 선수가 파란색에서 보라색을 거쳐 다시 파란색이 되기까지 최소 3일. 경우에 따라서는 4일까지도 사용 불가 상태가 된다. 즉 페넌트레이스 6일중 4일을 못쓰게 되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플레이어는 23,000PT짜리 서포트 카드를 사용해서 선수의 컨디션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아뿔싸. 서포트카드 한 장은 선수 카드 두 장과 같은 가격인데다, 이 서포트 카드의 종류는 10여 가지가 되므로 컨디션을 이틀간 2, 3단계 올리는 카드를 기대하는 확률은 대략 20% (실제로는 그 이하)로 낮은 편이다. 따라서 최소한 10만PT 가량을 투자해서 컨디션 조정을 할 수 있는 카드를 뽑아야 하는데, 이 값이라면 차라리 같은 10만PT로 선수 8장을 뽑는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
전술 그래프의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프야매의 거의 유일한 고민꺼리인 선수 배치에 각 선수들은 '선호 타순'이라는 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플레이어에게 선수 배치의 가이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선수 운용의 독특함이나 작전 배치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앞뒤 타자에 의해 전술 그래프가 바닥이라도 치게 되면 이를 좀더 높게 만들려 이리저리 배치하는 시간을 추가로 잡아 먹는다.
그렇게 배치한 타순이 과연 효과적으로 결과를 내느냐? 그건 이제 랜덤의 문제로 나타난다.
랜덤이 프야매에 미치는 문제
핵심을 요약하자면, 프야매는 선수를 뽑고(랜덤1) 그 선수들을 배치(전략)해서 경기(랜덤2)를 하는 게임이라는 거다. 플레이어는 이 랜덤 안에서 승률을 조정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지만, 랜덤1 자체가 우월한 팀을 이길 확률(랜덤2)은 '근본적으로 낮다'. 이를 극복할 가능성은 상대와 같이 랜덤1을 뚫어 팀 선수들을 보강하거나, 전략 단계에서 다시 서포트 카드나 작전 카드를 뽑아야(랜덤1-1) 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랜덤1과 랜덤1-1에서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확률을 극복할 '시도 횟수'를 충분히 가져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프야매에서 플레이어가 이렇게 시도 횟수를 늘릴만한 PT를 충분하게 소모할 만큼 획득할 수 없다. 이 부조리를 해결하려면 현질 뿐이 고, 이는 플레이어에게 '현질을 강요'하는 구조가 되어서, '적당히 현질을 하면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수요층 자체를 말려버리는 효과를 갖는다.
이 랜덤은 프야매에서 있어야할 곳과 있지 말아야할 곳 전반에 걸쳐 문제를 드러내는데, 리그 구성도 그렇다. 플레이어들이 하위 리그에서 4위 이내 성적을 기록했을 경우 상위 리그로 진출하게 되는데 (이 진출/하락의 비율도 너무 높을 뿐더러) 새 리그 구성 또한 랜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수가 좋은 시즌은 약팀으로만 구성되고, 재수가 없는 팀은 강팀으로만 구성되어 상위 리그로 진출한다는 메리트가 오로지 복불복에 달려있음을 뜻하게 된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과시할 어떤 숫자(레벨), 대상(희귀 아이템)을 갖기를 원한다. 프야매의 경우에서는 선수(랜덤1)나 소속 리그가 그렇게 활용될 요소이다. 랜덤1이야 아무리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그대로 수천 분의 1에 해당하는 운이므로 부러워해봐야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소속 리그라는건 리그 운영이나 전략 선택에 따라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는 진짜 게임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그래서 메이저나 월드 쯤 되는 상위 리그에 속해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우와 대단'하면서 쳐다보게 될 것인데.
하지만 프야매에서는 운에 의해 리그 구성원이 결정되고, 재수만 좋다면 별로 빡센 노력(투자) 없이 상위 리그 진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속 리그라는게 갈수록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느냐에도 신뢰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주 오랜 등락을 거쳐 한 30주 쯤 지난다면 적절한 실력 수준에 맞는 리그 수준에서 자리하겠지만, 그 정도 시간까지 기다릴 플레이어가 어디 있겠나.
그래서 결국 프야매의 구조는 이렇게 귀결된다.
좋은 선수가 갖고 싶다면? 현질하세요.
좋은 선수 컨디션이 나쁘다면? 현질하세요.
팀 능력을 개선하려면? 현질하세요.
리그에서 승리 확률을 높이려면? 현질하세요.
하지만 그 결과로, 현질을 할만큼 했다는 플레이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투자대비 효과의 문제에서, 프야매는 현질을 한다고 해도 상대를 이기는게 또 다시 랜덤2의 문제로 돌아온다. 십만 원 어치 PT를 긁어 모아 선수를 샀대도 그것이 과연 가시적인 팀 성능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냐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프야매는 초기 리니지1나 WOW 아이템 드랍이 가졌던 것과 같은 랜덤 시드 값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어 계정이 생성될 때 계정의 이름이나 민번 같은 고유값 중 하나를 사용하는지, 초반 선수 뽑기(랜덤1)에서 축캐와 저주캐가 나뉜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시작부터 승패가 갈린 게임을 한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선수 카드를 뽑아도 뽑아도, 앨범에 카드가 300장 400장이 되어도 5성 이상 카드를 10장 이내로 가진 플레이어와 300장도 채 되지 않았는데 5성 이상 카드가 30장이 넘는 플레이어. 두 팀이 이제 막 루키를 넘어 마이너에 올라왔을 때 게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10장 쪽의 플레이어가 '에이, 씨발, 똑같이 깠는데 난 왜 이따위야'하고 현질을 해야겠다고 유혹을 받을까? 30장 쪽이 언젠가 벽을 만나게 되면 같은 심리로 현질을 하게될까?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마케팅의 문제
부분 유료화가 온라인 게임의 주요 결제 수단이 되면서 게임 디자인은 그 자체에 마케팅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디에서 '자원 투입'의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인가, 그 투입에 효과는 얼마를 기대할까, 실제로 그 효과가 어떻게 반영되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하는 것들이 그렇다.
프야매는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마치 NHN의 고스톱이 그러는 것처럼) PT를 판매하는 전략은 가장 선택하지 말았어야할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중 불편하게 느끼는 요소들이나 개선하고 싶지만 PT를 소모하기 아까운 부분들, 이를테면 덱의 사이즈를 늘리거나 유학을 보내거나 선수를 묶음으로 뽑거나 하는 게임 요소들, 아니면 예쁜 비서 이미지나 팀 유니폼으로 자기 팀을 커스터마이즈하는 부분을 판매했어야 했다. 밸런스에 큰 문제도 없고, 자기 팀에 애착을 강화하는 기능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임 요소를 PT만 풍족하면 되도록 만들어 놓고 PT를 판매하는 전략에서, 게임이 PT 투자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된 현재 게임 구조에서는 근본적으로 PT를 구매할 메리트가 시간이 갈수록 게임에 익숙해지고 게임의 로직을 학습하게 될수록 떨어지게 될게 틀림 없기 때문이다.
이제 프야매가 상용화 한지 한 달 남짓 됐다. 개발팀에선 지금쯤 3일 이상 된 휴면 계정이 얼마나 될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주일 보름 떠난 계정들 세고 있으면서 만족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프야매는 3일 이상 게임에서 관심이 떠났으면 다시 돌아올리 없다고 봐야하는 게임이지 않나. 주변에 컴퓨터가 없으면 PC방에라도 가서 관리할 게임이다. 떠나가는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남은 플레이어들, 앞으로 올 플레이어들을 놓치지는 말아야지 않는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밭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