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전설은 아이폰으로 나온 몇 안되는 실시간 온라인 RPG인데,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 컴투스가 최초로 MMORPG를 시도했던 것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본다. 실제 게임의 재미를 떠나서 기본적인 MORPG가 갖춰야할 것들을 대충 갖춰 만들어 출시하고 시장을 성숙시키는 역할이랄까.

다만 여기에 '이 플랫폼이 이런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가'라는 기본적인 고민이 빠져있다는 것이 문제. 아이폰에서 MORPG를 하려는 인터페이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 앉아서 3G로 이 게임을 하거나, 커피샵에 앉아서 할까 하는 근본적인 제품 포지셔닝의 문제라는 거다.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히 안정적인 네트워크(즉 Wifi)가 확보되어야 하고 집중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게임은 '기본적인 MORPG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마을에서 쇼핑을 할 수 있고, 들어갈 던전을 선택하면 랜덤으로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며, 함께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몹을 잡을 수 있다. 죽으면 별로 멀지 않은 거리를 뛰어와서 전투에 참여할 수도 있고.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게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재미있는 건지'를 깨달을 수가 없다. 사냥하고 아이템을 줏어 먹고 돈을 벌고 쇼핑을 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사냥도 하고.

내가 봤을 때,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에는 눈 앞에 컴퓨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해보자, PC로 휘황찬란한 그래픽과 완숙기에 접어들어 익숙해진 인터페이스로 MORPG를 할까, 조막만한 화면에서 꼬물거리는 캐릭터로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감수하며 MORPG를 할까. 난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데모, 그 이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