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 정말 잘 만든 게임인가
컬럼 2007/12/16 22:55최근 한국 FPS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불리는 게임은 아바(AVA)이다. 흥행성 등 여러가지 조건을 놓고 보자면, 여전히 최고의 자리는 서든어택이 차지하고 있겠지만, 얼마전에 소개했던 오퍼레이션7과 같은 참신한 (물론 오퍼레이션7도 트루컴뱃엘리트의 토종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FPS들이나 최근 나온 참신하기는 하지만 쓸데 없는 컴뱃암즈 같은 게임에 비하면 AVA는 그래픽, 게임성, 흥행가능성 등의 면에서 현재로써는 가장 선두에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사실 여러가지 면면을 보자면, AVA가 과연 그렇게 잘만든 게임인가에 대한 평가는, 좀 냉정하게 볼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내 의견이다.
일단 그래픽의 면에서 보자면, AVA는 비싼 언리얼 엔진을 들여와서 개발했지만, 같은 엔진으로 만들어진 콜오브듀티4와 비교했을 때 게임의 요구 사양(specification)이나 디테일에서 훨씬 떨어지는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한국 안에서야 지금까지 나온 FPS들 중에서 최고라는 것이지, 좀 더 범용적인 환경을 보이는 RPG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고'라고 부를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고. 그나마 '총쏘기 게임'을 흉내내고 있던 기존 FPS 시장에서 '리얼리티를 흉내낸 총쏘기 게임'이라는 약간의 차이가 장점일까.
게다가 게임 내용적인 면에서 보자면, 명확한 목표와 클래스 구분, 새로운 형태의 게임 진행 방식(전차 호위)을 도입했다는 면에서 나름 훌륭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 아류 일색이던 시장에서 약간 벗어난 것 뿐이지 그 시도가 독창적이라거다 독보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미 클래스 구분은 1998년 퀘이크의 MOD 였던 팀포트리스(Team Fortress)가 나온 이후로 FPS 계열에서 고전적인 것 중에 하나인지가 오래이고, 오히려 각 클래스들의 능력이 보유 무기나 수치적인 약간의 방어력, 이동력의 차이라는 것에서 큰 메리트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전차 호위 같은 방식도 2003년 울펜슈타인 이너미테리터리(Wolfenstein: Enemy Territory)에 있던 것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는 면에서 보자면, 게임 자체의 독창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심지어 초기 AVA 버전에서 보였던 킬마크는 당시 흥행하고 있던 XB360의 TPS 전쟁의 나사들(Gears of War)의 것과 매우 유사했던 것이 정식 버전에서 변경된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커뮤니티'의 면에서 보자면, AVA는 한국 온라인 FPS의 고질적인 K/D나 계급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줄서기 문제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것에서 감점을 줄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계급에 따라서 유리한 진영을 선택하고, 또 특정 맵의 밸런스에 따라 한쪽 진영으로 사람이 몰리는 등의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 레드덕(네오위즈)에서는 양 팀의 참가자 수 조절과 계급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자동 균형' 채널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플레이어들은 이 채널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고민할 기회를 가져보자)
결국, AVA는 기존의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넘어온 FPS 게임의 큰 줄기를 약간의 가시적인 변칙으로 유도하려고 했을 뿐이고, 근본적인 FPS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큰 과언은 아닌 것이다. 단지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서든어택을 하는 국내 시장에서 그래픽 업그레이드 버전의 서든어택2 정도를 만들었을 뿐인 게다.
그렇다면 AVA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한국 게임 업계에서 '모험'이나 '도전' 따위의 말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적어도 기존 온라인 FPS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분들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의 K/D 관리나 계급 쏠림 같은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 따위가 필요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단점들에 불구하고, AVA 만한 게임은 현재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AVA에 경쟁할만한 그래픽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 나올 가능성도 많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온라인 친화적이라는 것과 이 정도면 패키지 게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면에서,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 수출로 꽤 큰 돈을 벌만한 괜찮은 게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저 단점들에 진저리가 나서 AVA를 플레이하지 않는다. 어쩌면 AVA 정도의 단순하고 명확한 게임 목적을 가진 FPS가 한국 FPS 수준에서 가장 최적화된 게임성이고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섬뜩하기도 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