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은 왜 재미가 없을까
일반 2011/11/25 21:23나는 게임에서 튜토리얼이라는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더 재미있게 플레이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 게임은 이러이러한 재미가 있으니 이런 방법으로 플레이하시기를 바랍니다'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갑니다'와 '화살표 키를 눌러보세요, 잘했어요'하는 방식의 튜토리얼들은 참 맘에 안든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이 가진 내러티브(단지 서사가 아니라 '세계관' 같은 좀 포괄적인 관점에서)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게임 플레이어들은 (특히 남성 플레이어들은) 일단 들이받고 모르겠는 것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걸 볼 때, 이렇게 붙잡고 튜토리얼을 무조건 '이렇게 해라'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게 오히려 중간에 짜증을 유발하거나 게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득 생각난 것이, 게임 플레이어에게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즉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점 이런 능력들을 얻는다는 걸 보여주고,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하는 방식이 낫지 않겠냐는 거다. 그리고 트위터로 제보를 주신 분들에 따르면 이미 배트맨 아캄 교도소(Batman: Arkham Asylum)라던가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던가 전쟁의 신(God of War) 같은 게임들에서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보면 이게 맞는 방법인듯 하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입에 떠먹여 주고 뒤에 가면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신세계를 보여주고 나서 전채 요리를 내어주는 형태가 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게임들이면서도 왜 이 방식들을 사용하지 않을까. 역시 트위터를 통한 제보로는 튜토리얼을 가장 먼저 만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일리 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튜토리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게임의 시스템이니 경제니 그래픽스니 엔드컨텐츠니 신경쓰다가 보니 출시 압박은 다가오고 클로즈-오픈을 하기는 해야하는데 튜토리얼을 넣어야하고 해서 급히 대충 추가하기 때문이지 싶다.
그런데 플레이어에게는, 마치 영화가 그런 것처럼, 처음 5분의 경험이 말하자면 소개팅에서 상대의 첫 인상처럼 깊이 남는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요즘 내가 만드는 게임에서 '아 튜토리얼 고쳐야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반성문.
그리고 이건 참고로 읽어보실만한 튜토리얼에 관한 매우 좋은 글 - 디자이너 노트 : 튜토리얼 작성에 실패하는 8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