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FPS '커뮤니티'
일반 2007/12/24 01:36온라인 FPS에서 계급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플레이어들이 계급을 마치 레벨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오래 플레이를 하면 계급(레벨)이 올라가고 높은 계급은 고레벨이라는 인식으로 전달되므로, 플레이어들이 소위 '미친 듯' 플레이를 할 거라는 예상.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해서, 현재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에서 '나 계급이 대위다' '소령이다' 하는 식으로 자랑되는 것도 그렇고, 아바 같은 최신의 게임도 같은 맥락에서 플레이어들이 계급을 보고 실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 보면 꽤 성공한 요소다.
그런데 계급으로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들을 보면, 조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계급은 마치 한국 군 조직의 부조리를 모사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인듯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플레이어는 실력이 좋든 나쁘든 게임 수로 누적되는 경험치를 통해서 계급을 올릴 수 있다. 좋은 장교든 나쁜 장교든, 장교는 장교인 거다. 그래서 높은 계급을 가진 플레이어는 맵의 구석 구석에 잘 짱박혀 점수를 챙기는 행동을 하는게 실력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낮은 계급이 했을 때는 '캠핑'이고 "움직여라 쇼키야!"라는 욕지거리가 쏟아진다. 뭔가 이상하다.
덕분에 플레이어의 계급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좀 더 많은 경험치와 좀 더 좋은 전우(?)를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계급 높은 플레이어가 있는 쪽으로 '줄서기'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계급은 실력이 아니야'라고 굳게 믿고 있는 우직한 플레이어들은 온갖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꽁수에 관광당하고 게임에서 짜증을 내게 된다. "아 저기서도 보이나보네" "아 얍실한 플레이다".
사실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줄서기를 하는데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그건 킬/데스 비율이다. 동료 플레이어에 앞서 코너를 틀거나 위험 지역에 뛰어드는 희생적인 행동은 그냥 '죽음을 자초하는 바보짓'이지 뭣도 아니다. 맨 앞에서 코너를 돌다 마주친 적 플레이어와 난사를 겨루다가 소위 '개피'를 만들고 죽은 플레이어는 그냥 '삽질'한 것이지 팀을 위한 희생 같은 것이 아닌 거다.
이 두 요소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매우 '전략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1) 적이 총구를 겨누고 '쪼고' 있는 접전 지역은 웬만하면 뛰어들지 않는다. 가능하면 '쪼는' 쪽이지 '쪼는 곳으로 뛰어드는' 쪽은 되지 않는다. 2) 가능하면 좋은 위치를 알고 있는 고레벨 플레이어와 함께 다닌다. 3) 만약 내가 '개피'가 되면, 구석에 숨어서 다른 플레이어가 '개피로 만든 적'을 줏어 먹으러 다닌다.
이런 문제는 공격과 수비로 구성되는 카운터스트라이크식 폭탄 설치 맵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수비쪽은 절대 적에게 나가지 않고 시간이 가든지 말든지 자리를 지키고 (나처럼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개돌해서 죽고 팀원들에게 욕 먹는다) 공격쪽은 최대한 몰려다니면서 약한 곳을 뚫는다. 이러다 보니 나름대로 밸런스가 잡혀서 수비팀은 잘 쪼는게 실력, 공격팀은 잘 몰려다니는 게 실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가 현실적인 맵 형태를 가지는 아메리카스아미(AA)나 인서전시 같은 게임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수비팀에서 '쪼고' 있을 곳이 너무 많아서, 팀원 수로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이 뚫리면, 뒤로 돌아온 적에게 '똥침(뒤치기)'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비팀도 쪼고있는 긴장감이 대단하다.
게다가 목표를 달성하는 쪽의 점수가 훨씬 높고,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은 점수가 별로 높지 않도록 되어 있어 플레이어는 상대를 죽이러 다니기보다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AA는 상대를 전멸시켜도 승리 점수를 받지만, 목적을 달성하면 받는 점수가 킬로 받는 점수보다 높고, 인서전시의 경우에는 상대 플레이어를 죽인 것이 화면에 표시되지도 않는다. (하긴 심지어는 '너무 리얼해서' 내가 상대를 죽였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게다가 최근 나온 팀포트리스2나 콜오브듀티4의 경우에는 다른 플레이어가 '개피로 만든' 플레이어를 사살했을 경우, '개피로 만든 플레이어도 1점, 마무리한 플레이어도 1점'씩을 받는다. 팀포트리스2는 '어시스트'도 1점으로, 콜오브듀티4도 킬과 별도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킬과 동등하게 점수를 계산한다. 플레이어들은 그래서 직접 죽이지 못해도 최대한 자신이 팀에 기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계급과 K/D, 과연 긍정적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러가지 대안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1) 역할 분담에 의한 협동과 2) 클래스별 점수 체계 분리가 그 답안을 제시할 열쇠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팀포트리스2는 좋은 사례 연구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