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을 타면 NDSL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공식적인 닌텐도의 발표로는 58만 대를 판매했다고 하고, 기본 제공 소프트웨어들도 꽤 많은 수가 팔렸다고 한다. 120만 개의 주요 소프트웨어 판매량으로 보면 대충 어림 계산해서 NDSL 한 대당 약 2개 꼴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저 최다 판매된 다섯 가지 게임들은 중고 시장에서도 매물은 많은데 판매가 잘 안되는 주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하철 옆 자리의 NDSL 아가씨를 봐도... 어라? 저건 R4다.
NDSL 관련한 주요 커뮤니티들을 봐도, 컴퓨터와 게임에 익숙한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꼬마들도 R4라고 불리는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기동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한다. 하긴 GBA 시절부터 '박사님'이라고 불리던 놈을 많이 쓰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 업자들이 이런 불법 복제를 조장하는 도구들을 앞장서서 판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NDSL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이걸 쓰면 게임 팩 사는 값을 절약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일반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보다 마진 폭이 크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은데, 좀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이건 한 순간의 조금 큰 이익을 보기 위해서 장기적인 이익을 버리는 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R4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유통 업자들은 갈수록 한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팔 수 밖에 없고, 이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앞의 120만 개 판매된 소프트위어는 처음 NDSL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끼워팔기에 의해서 구매한 거지, 저 구매자들 중 일부는 '도구'를 쓰기 시작했을 거라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오프라인 게임 유통 업계의 징징대는 소리는 대부분 저 소매상들로부터 나온다. '소프트웨어가 안팔린다'고 소리를 모아서 총판을 압박하고, 총판이 다시 시장 상황에 대해서 퍼블리셔를 압박하는 구조니까 '요즘 소프트웨어 업계가 불황에 허덕대고 있다'는 퍼블리셔측 뉴스들은 다 저기서 올라오는 소리들이라는 거다. 어? 그런데 저 소프트웨어 판매 불황은 스스로 조장한 거다?
누가 오프라인 소프트웨어 유통 불황을 책임져야 하는가. 결국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일 수 밖에 없다. 제아무리 날고기는 아마추어 팀들이 게임 한글화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 것들은 적어도 몇 년 지난 게임들일 뿐. 최신 게임의 한글판 동시 발매는 절대로 기대할 수가 없다. 모험 삼아서 외국에서 빅히트한 괴작들이 한글화되는 걸 볼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다.
이 앞의 콜오브듀티4 한글화 관련한 내용도 사실은 이렇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업자들과 소비자들을 그냥 풀어 놓으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들 - 최대한 돈을 안들이고 많이 버는 선택들 - 을 하게 된다. 결국 업자들은 시장의 미래나 장기적인 이익 따위는 관심이 없고, 유통이나 퍼블리셔 쪽에서는 쪼그라드는 시장을 보면서 '물건 떼다 파는 것도 감지적지 해라'는 고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결론은 그래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거다. 불법 소프트웨어 실행 도구들을 유통하는 업자들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중고 매물의 유통도 가능하면 관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관련된 캠페인이 필요하고, 요즘 유행하는 파파라치 제도도 도입해서 소매상들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의 유통 거점들이 씨가 마르면, 세관에서 수입을 규제해야 한다.
아,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그저 꿈일 뿐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