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전투를 진행하는 게임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는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유명한 게임 중 하나는 바로 '분대장(Squad Leader)'이라는 1977년에 나온 보드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류의 계보는 아마도 워해머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니어처 게임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지만.) 보드게임임에도 플레이어는 연합군이나 추축군의 분대장이 되어서 한 미션 맵에서 보병 분대를 컨트롤할 수 있고, 보드게임이면서도 꽤 높은 사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품절된지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여전히 이베이에서 꽤 높은 가격으로 인기리에 거래가 되고 있으며, 2001년에 '개정판 분대장(Advanced Squad Leader, ASL)'이 나왔다. (하지만 역시나 구하기 쉽지 않은듯 하다.)

그리고 PC 게임에서 이런 계보를 따라 만들어진 유명한 실시간 전술 전투(Real Time Tactics, RTT) 게임으로 '근접 전투(Close Combat, 클로즈컴뱃, 클컴)'라는 게임이 있다. 중대급 전투를 모델로 하고 있고, 각 분대는 보병(Infantry) 분대나 지원화기(Machine gun) 분대, 박격포(mortar) 분대에서 대전차포(Anti Tank gun, AT gun) 분대와 전차 1대 등으로 만들어져, 맵 안에서 세세한 컨트롤과 명령 지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미션은 보통 30분 정도의 제한 시간 안에 상대를 괴멸시키거나 사기를 떨굴 때까지 진행되는데, 대개는 10~15분 이내에 전투의 결과가 결정나게 된다. 클컴의 특징이라면 이 게임에 등장하고 있는 각 부대, 분대들이 2차 대전의 실제 존재하던 분대나 화기들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특성이나 특징들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2차 대전 게임 매니아들이 실제감(realistic)을 추구하다가 닿게 되는 마지막 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경인, 클컴의 5편 '노르망디 침공(Close Combat: Invasion Normandy)'에서는 노르망디 지역에 낙하해서 주요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야 하는 공수부대(airbornes)이나 막 해변에 상륙한 미해병(marines)이 노르망디를 수비하던 추축(독일)군의 동방사단(osttruppen, 오스트트루펜)이나 공수부대(Fallschirmjager, FJ, 팔슈름야거), 무장친위대(SS) 같은 부대들이 등장하며 각 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나 전투 경험 등이 게임 안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몰려오는 상륙부대의 전차들을 독일군 공수부대 중대장으로 전차 한 대도 없이 FJ의 판저파우스트(panzerfaust)나 판저슈렉크(panzerschreck)만 가지고 막아야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리얼리티는 일반적인 게임에서 게임적인 요소 - 시각적인 표현 뿐 아니라 수치, 상황 처리, 묘사에 이르기까지 - 로 여과, 포장해서 표현하는 것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각 분대의 보병 구성원들이 부상을 입었는지, 죽었는지, 공포에 떨고 있는지 혹은 도망치고 있는지 하는 상황들이 그대로 표현되고, 플레이어는 이런 실시간 전투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각 부대를 이동시키거나 돌격시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대장은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분대들을 선택해서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적의 병력과 전장 상황을 알 수 있느냐 혹은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포격 지원을 할 것인지 매복 전투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단지 유닛들 뿐만 아니라 지형 지물, 사거리, 시야 등을 포함하고 있고, 기관총(machine gun)을 어디에 배치하느냐, 대전차포(AT gun)와 박격포, 전차를 어디에 놓고 진행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플레이어는 이런 전장을 분석하는 능력과 순간순간의 대응 능력에 따라서 자기가 속한 사단의 자원(병력, 기름 등)을 얼마나 소비하는지가 나타나고 게임이 장기적으로 어떤 전황으로 전선이 유지되는지도 예측해야만 한다. 클컴은 단지 하루 이틀의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투들'을 경험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클컴은 그래서 일반 게이머들이 꺼려할만한 조잡한 그래픽과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각종 데이터와 상황들로 고유의 매니아가 아니면 플레이하기 어렵도록 되어있고, 이런 팬이 얼마나 두꺼운지 이같은 하드코어 게임을 PDA를 이용하거나 사무실에서 짬짬이 할 수 있도록 만든 '화력전(Firefight)'이라는 인디 게임도 만들어져 수 년째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게임 묘사는 일반 게임 플레이어들이 쉽게 손댈 수 없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클컴과 비슷한 테마로 최근에 만들어진 실시간 전략 게임(Real Time Strategy, RTS)인 '영웅들의 중대(Company of Heroes, COH)'는 이런 전장의 상황을 시각적으로도 훌륭하게 묘사하면서 기존 RTS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형태인 생산-이동-전투에 점령이라는 요소를 첨가해서 리얼리티와 게임성의 중간에서 꽤 훌륭한 맛을 찾아내기도 했다. COH는 예의 리얼리티 전술 게임과 RTS의 교집합을 적절히 찾아낸 훌륭한 예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클컴은 전략 게임이라는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리얼리티 전술 게임의 최극단에 있는 게임 중 하나이고, 스타크래프트는 이 스펙트럼 안에서 실제 전쟁, 전략, 전술의 묘사보다는 게임 자체에 치중한 반대쪽의 끝에 위치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간 어딘가 쯤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은 게임은 쉽지 않기 때문에, COH라는 게임이 각광받는 것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 대상이라는 오래된 문구들을 끄집어낼 것도 없이, 게임에서 가장 널리 퍼져있는 가장 대중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면서 좀 더 쉽고 빠른 전쟁 놀이를 찾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게이머는 좀 더 리얼한 실제 같은 전쟁 놀이를 찾고 구하기도 한다. 물론 현실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쉽고 간편한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언제나 반대쪽엔 같은 테마를 가지는 다른 게임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언젠가 문득 리얼한 전쟁을 보고 싶고 그런 전쟁에서 지휘관 놀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떤 더 리얼한 게임이 있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여행을 떠났을 때 게이머는 클컴과 같은 종착역에서 분대원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궁극의 선까지 도착하게 될 것이다.

클로즈컴뱃은 이제 2차 대전 유럽에서 영역을 넓혀 동부 전선을 묘사한 '철십자(Cross of Iron)'나 현대전을 묘사한 '현대전술(Mordern Tactics)'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시리즈의 팬들에게 다행스럽게도 인터페이스에 큰 변화가 없이 출시되었다. 반대로 이젠 정말 아무나 손댈 수 없는 경지에 달해 '2007년에 이런 그래픽이라니!'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