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제로스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뒤로는 게임이라는 것이 관심의 대상에서 취미로 바뀌게 됐다. 열을 올려 이곳 저곳의 게임 관련 뉴스들을 찾는 일도 거의 없어졌고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는 소식에도 그냥 시큰둥. 그러다 보니 하는 게임이라고는 밥먹고 와우 자기 전에 와우 정도에 가끔 AVA를 꺼내 (질러 놓은 총기들이 아까와서) 이 총 저 총을 꺼내 계급 유지나 간신히 하는 정도를 플레이했다.
오늘(22일) AVA가 업데이트 패치를 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게임의 밸런스야 애초부터 병신인 게임이었고, 단지 총 쏴대는 느낌이 국산 게임들 중에서 괜찮아서 즐겨하고는 했지만, 오늘 업데이트된 새 인터페이스는 이제 이 게임을 놓을 때가 된건가 생각이 들 만큼 메롱인 것이다.
AVA는 애초부터 각종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흉내내는 걸로 시작했다. XBOX에서 전쟁의 나사들(Gears of War, GOW)이 한창 날리던 시절 베타를 하던 AVA는 GOW의 킬마크를 그대로 본떠서 베타테스팅을 했더랬다. 어찌나 그 이미지가 강렬하던지. 하지만 그나마 게임이 국산 게임들 중에는 발군이라 대충 묻혀 넘어가게 됐더랬지만, 게임마저 메롱이었다면 아마도 워록WarRock)과 같은 꼴이 났을거다. 되던 않던 온갖 욕을 들어먹으며 안티가 쌓이던 워록 같은 꼴.
오픈베타를 하면서 바뀐 다음 인터페이스도 국산 FPS 게임들의 이런 저런 장단점을 모아놓은 짬뽕이기는 했지만 별로 태도 나지 않았고 아바가 가진 느낌에 잘 맞아서 그런대로 까이는 일 없이 잘 넘어갔던 것 같다. 공개된 버전에서는 인터페이스가 구리네 불편하네 하는 소리가 나온 적이 없었으니, 선방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번 새 인터페이스는 '어라, 이건 카스와 콜옵(Call of Duty 4) 짬뽕?'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노골적이다.
버튼은 콜옵의 메뉴와 같고 각 메뉴의 위치들은 카스온라인(CS Online, 카스온)의 것들과 같다. 게다가 이번 인터페이스에는 마우스의 동선이나 플레이어의 시선에 대해서 전혀 고려되어 있지도 않은 듯 메뉴의 진행과 후퇴에 버튼의 위치가 일관성도 없다. 왼쪽 끄트머리를 누르면 진행이고 후퇴나 취소 같은 버튼들은 오른쪽 끄트머리에 쥐꼬리만하게 붙어있어서 다음 메뉴를 선택하거나 이전 메뉴를 고르려면 버튼 위치가 어딨는지를 한참 찾아야 한다. 아, 그래, 익숙해지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인터페이스라는 건 익숙해지는 만큼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 불편해지는 것이기는 하다. 그래서 어떤 게임에서나 인터페이스를 개수하고 나면 '뭐 이렇게 바꿨냐'는 소리들이 왕왕 나오게 되고 인터페이스를 만든 개발자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괴하게 마련이지만. 이번 AVA UI의 개수는 얼마 안되는 AVA의 동접에서 카스온의 무서운 성장이 얼마나 큰 위협으로 느껴졌는지가 엿보이는 패치라고 봐야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AVA의 UI 디자이너가 원래 오리지널리티가 없이 여기저기서 짜깁기를 하는 걸로 캐리어를 쌓아온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FPS류 게임을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요즘 뜨는 게임들의 스샷을 보고 '이런 인터페이스 괜찮네'라는 식의 공부?를 한 후 비슷한 느낌의 인터페이스로 시안을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별 관심 없는, 어쩌면 UI가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들이나 프로그래머들이 대충 표결을 해서 채택한 건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 UI 디자이너가 나이 많고 말빨 먹어주는 레드덕의 파워맨이라 다른 직원들이 섣부르게 UI 존내 구리거든요!라고 반기를 들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뭐가 어찌된 사연이던, 이번 아바의 UI 개수는 최악이라는 걸 면피하기 어렵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