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Game Developers Conference)는 1986년 3월,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가 몇 명의 개발자를 모아서 집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 출발이었다. 9월에 두 번째 모임으로 호텔을 빌렸고, 120명이 모여 게임 디자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CGDC(Computer Game Developers Conference)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컨퍼런스가 커져가면서 밀러 프리맨(Miller Freeman)이라는 출판사에서 인수하게 됐고 어쩌면 컨퍼런스가 오늘날과 같은 꼴이 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는 이제 시장바닥이 돼버렸다는 거다. 새로운 개발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디자인 테크닉(기획 관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요즘 만드는 게임 소개' 공간이 되었고 기업들이 줄을 서서 후원하며 댄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GDC 사업으로 변질 되었다. GDC가 GDC 유럽, GDC 중국 따위를 만들면서 세계 각곳에 컨퍼런스 이름을 팔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됐고, 한국도 이 '이름 팔기 사업'에 들어갈뻔한 사실이 있다는 걸 되새기면, GDC의 변질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를 알 수 있으리라.

사실 이 문제는 여러 것들이 종합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게임 개발에서, 특히 게임 디자인에서 이제 신기술이라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디자인에 관련된 이슈들이 아무리 여기저기서 논란이 되어도 이건 이미 적어도 5~6년 전에 논란이 되었던 것들의 재탕일 뿐이고, 신선한 디자인의 게임이라는 것도 실상은 90년대 나왔던 조잡한 구현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었을 뿐인거다. 그러하다 보니, 원로 개발자들은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매년 새로운 이슈를 꺼내 발표하는 것이 지겨울 지경이 되었고, 어린 개발자들은 '이 문제가 왜 아직도 안고쳐졌느냐'며 징징대며 바짓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게 됐다. (이 갭을 특히 강조하려거나 어린 개발자들을 까려는 게 아니다.)

게다가 GDC가 비상업적인 협회라기 보다는 덩치 불리기식 '경영'이 투입되었고, 세계 각국의 개발자 컨퍼런스 필요와 도시들의 '뭔가 그럴듯한 이벤트 개최' 필요가 맞물리면서 GDC 이름을 여기저기에서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것이고 GDC는 이걸 '팔았다'. 돈이 좀 짭짤하게 된 것이었는지 GDC는 이제 공식적으로 GDC 유럽이라는 걸 개최하고 있고 GDC 중국과 GDC 한국도 준비중이다. 여기에 GDC 개최 공간에 개발자들을 위해서 번들 제공만 했던 것도 모자라 광고 배너를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하고 MS나 AMD, NVIDIA 같은 회사들 뿐만 아니라 각종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회사들이 달려들어 광고를 하고 부스를 얻어 홍보를 하기 시작하게 된거다.

결국 몇 년 전부터인지 GDC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이 의례적인 일이 되었고 심지어 피터 몰리뉴는 나와서 페이블2 게임플레이를 시연하면서 페이블2 광고를 하게 된 거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GDC 특집을 마치 E3 특집, TGS 특집 처럼 별도 공간을 만들어서 앞다투어 개발자들이 발표하는 게임 이야기나 온갖 구라와 허풍들을 뉴스라며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뭔가 이 변질들이 너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난 오히려 당혹스럽다. 내가 잘못된 건가? 개발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공간이 이렇게 상업적이 되고 경쟁적인 홍보의 장이 되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건가? 아니 광고도 저렇게 많고 협찬도 저리 많은데 도대체 입장료 가격은 왜 여전히 저렇게 고가인 걸까. 10년 전 내 기억 속의 입장료 가격이나 지금 가격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걸 보면 입장료로도 한 몫 잡을텐데. 게다가 '관람객'도 몇 만 수준이라며.

GDC가 게임쇼가 되어가는 걸 보면, 한국의 개발자 컨퍼런스가 여전히 밥 굶어가며 푼돈 긁어모아 허덕이는게 거울의 반대 편을 보는듯 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 한국의 퀄리티가 부족한 것인지 상업성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성의가 부족한 것인지 - 배부르게 옆구리에 돈 잔뜩 쌓아가면서 장사하는 GDC와 KGDA의 KGDC가.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