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

리뷰 2008/05/27 02:05

창천은 일단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새 속편이 나올 때마다 대박 게임인 진삼국무쌍(이하 진삼)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진삼국무쌍의 '무쌍식 전투'를 놓고 기존의 다른 삼국지 배경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혼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진삼 시리즈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플레이어들이나 한국식 MMORPG의 전형적인 학살식 게임 진행 방식에 익숙했던 플레이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삼국지 관련 게임들의 나름 집대성이라고 부를 수 있고, 그 컨텐츠들이 꽤 조화롭게 되어 있어 게임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진삼의 오리지널 팬들이 진삼에 열광했던 이유 두 가지가 리스크로 작용한다. 하나는 '무장(장수) 모으기'인데 진삼의 시리즈들이 한 캐릭터로 시나리오를 완료하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열리는 일종의 트리(tree)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들은 그 다음 캐릭터를 열기 위해서 무수한 날밤을 까던 것이 창천에는 없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을 레벨이라는 것으로 줄세웠지만 아무래도 이 둘의 괴리는 좀 심하게 난다.

또 하나는 삼국지의 유명 장수들을 구경하는 것까지야 좋다지만, 스타워즈4와 5의 사이를 배경으로 만들었던 스타워즈 갤럭시에서도 나타난 문제였지만, (루크 스카이워커를 보면서 하앍대던 스타워즈 팬인) 이름 모를 수련생(플레이어)이 스톰트루퍼 병졸들을 학살하며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루크 스카이워커 보다 강한 제다이가 된다는 것. 그리고 창천에서도 같은 무명의 장수들이 하후돈, 여포보다 강해진다는 것. 그래서 이 장수들이 줄서서 상대 국가의 '알고보니처제' 같은 장수들과 PVP 전투를 해야한다는 것이 진삼 콘솔을 즐기던 오리저널 플레이어들에게 큰 부담이 될 거라는 거다.

하지만 이런 이전의 게임들이 쌓은 업적을 밟고 올라서면서 발전 시키는 게임들(이를테면 WOW 같은)은 업계 전체로 본다고 해도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나왔던 그 무수한 게임들 중에서 이보다 더 잘 만들어진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KOEI의 오리지널 삼국지 시리즈와 진삼국무쌍 시리즈, 그리고 역사 속으로 뭍혀진 수 많은 삼국지 온라인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요소들을 똑같이 보고 만들었으면서 이렇게 하지 못했던 게임들은 오히려 좀 반성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들이라면, 억지로 장수들을 클래스화 하려다 보니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즈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 있고 - 특히 성별 - 전장이 MMO스럽지 못하게 갈 수 없는 곳들이 너무 많다는 것, 적대 진영에 밥먹듯 들락날락하는 고레벨들로 저레벨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수행하다가 뭔지도 모르고 급사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 그리고 플레이어 컨트롤이 너무 진삼에 얽매여 TPS식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정도가 있다.

진영 전투를 하는 MMO들이 대체로 접경 지역(혹은 정해진 PVP 지역)을 만들어 놓고 PVP를 하게 하는 것에 반해서 '어디서나 PVP'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플레이어들이 영역 점령전을 통해서 땅따먹기를 하도록 만들었다면 접경 지역 외에는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어야 했지 않나 싶다. 아마도 이런 식 - 진영 지역과 전쟁 지역의 유동적인 분리 - 으로 하지 못했던 건 작업량-시간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설계(design) 과정에서 밸런스 - 특정 진영으로 플레이어가 편중되거나 전장 설계에서 밸런스를 잡기 어려웠다거나 - 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만.

WOW가 초창기 PVP 설계를 잘못했던 것 중 하나가 퀘스트 지역과 PVP 지역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지는 못했나보다. 오히려 이런 요소들을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만든게 아닐까 싶은데... 창천 디자이너 중에 아마도 WOW의 PVP 매니아가 있는 듯 하다. PVP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열심히 퀘스트를 하는 플레이어가 '밥'으로 보이니 좋겠지만, PVP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하는 동안 PK 당하는 것은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일 뿐이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 국산 게임 중에서 이렇게 컨셉과 설계, 구현 전반에서 조화롭게 완성도를 보이는 게임은 드물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싱글 플레이의 퀘스트 설계에서도 이야기가 잘 녹아 있고 네비게이션 UI에서도 꽤 잘 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레벨링, 그래픽 퀄리티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진삼에 너무 얽매여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여기서 그만하자'고 멈췄다는 게 못내 아쉽지만, 어쨌든 이정도 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하다고 본다.

그런데 창천이 돈은 잘 벌고 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잘 만든 게임이 돈도 잘 벌어야 할텐데 말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